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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십에 관한 소고 - 장영주

대한요트협회|2013-01-02|조회수: 8371

시먼십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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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 영 주
  시먼십은 스포츠먼십과 함께 국제세일링경기규칙집에도 올라 있는 낱말입니다. 그러나 시먼십의 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돛달리기꾼은 많지 않은 듯싶습니다.

 
우리는 세일링경기규칙집에서 시먼십을 “뱃사람다운”으로 옮겨 쓰고 있습니다. 낱말의 뒷가지에 붙은 “다운”은 “답다”의 변형으로 앞가지의 말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러니 뱃사람다운은 뱃사람이 지닌 성질이나 특성을 지녔다는 뜻이 됩니다.

 
영한사전에서는 시먼십을 “숙련된 뱃사람(sailor)이 갖는 지식(knowlage)과 기술(skill)이라 풀이하고 있습니다. 어느 사전을 들추어 보아도 뱃사람의 마음가짐이나 정신적인 면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요트경기에서 “바람이 없다고”해서 금지된 행위(규칙42)를 한다거나 마크 터치를 하고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어때” 따위의 속임수는 시먼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는 스포츠먼십의 문제입니다.

 
스포츠먼십은 정정당당하게 경기에서 승패를 겨루는 태도입니다. 시먼십은 뱃사람이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을 가리키는데 대하여 스포츠먼십은 경기자의 의사와 정신을 겉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각기 낱말의 뒷가지에 “십”이 붙어 있으나 뜻은 서로 다릅니다.

 
크라프트먼십(craftmanship)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은 물건을 만드는 솜씨, 기능과 같은 뜻으로 돈벌이와는 무관한 말입니다. 스칼라십(scholarship)은 학식, 학문 그리고 장학금을 받을 자격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 이외에도 쇼먼십(showmanship), 스킨십(skinship), 프렌드십(friendship), 리더십(leadership), 젠틀먼십(gentlemanship) 들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앞가지 말의 기술을 나타내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마음가짐을 묻는 것 혹은 자격을 의미하는 것 따위로 여러 가지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각기 OOO십을 기량이라는 말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 낱말의 뒷가지에 붙은 십은 배를 일컫는 말로써 배는 사람과 물건을 담아 실어 나르는 하나의 그릇(器)과 같은 것입니다. 이것을 인간의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대략 OOO십이 의미하는 것이 잡힐 듯싶군요. 제각기의 경우에 따른 역량, 기량을 말하는 것이라면 시먼십도 뱃사람의 기량일 터인데 그것은 어떤 것일까요?

 
옛날에는 동서를 불문하고 시먼이라면 남자들만의 세계였습니다. 시먼은 문자 그대로 “바다의 사나이”였습니다.

 
요트 위에서 포지션만 해도 바우먼, 피트먼, 마스트먼, 세일 트림을 맡은 사람은 트림먼이 아니라 트리머이고, 키잡이는 헬름머가 아니라 헬름즈먼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이 모두가 사내들만의 세계일까요? 시먼십도 사내들만의 것일까요?

 
아니지요.
  오늘날의 바다 세계도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져서 프레저 보트뿐 아니라 해군에도 여사관, 여수병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작은 고깃배를 부부가 부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남녀를 싸잡아 세일러(sailor)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 요티(yachte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머리너(mariner)로도 부른다 하지만, 이것은 어쩐지 고풍스런 냄새를 풍깁니다.

 
그래서 요트먼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 역시 요트를 부리는 사내를 일컫는 말이므로 여성은 따로 요트우먼으로 불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요.

 
세계적으로 요트를 통괄하는 단체인 국제요트경기연맹은 1995년에 국제세일링연맹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요트경기에서 적용하는 규칙의 이름도 국제요트경기규칙에서 국제세일링경기규칙으로 바뀌었지요. 그렇다면 요트먼, 요트우먼으로 부를 게 아니라 세일러로 남녀를 아울러 부르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요?

 
여기서 잠시 우리말의 호칭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우리말로 사람이라고 하면 성적 구별 없이 남녀를 아울러 부르는 말입니다. 뱃사람이라는 말에도 남녀가 포함되지요. 낱말의 뒷가지에 사람 인(人)자를 붙여도 관원 원(員)자를 붙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먼을 바다 사나이라고 하면 남자만을 가리키지만, 우리말로 뱃사람, 사공, 선원, 승조원, 승정원이라고 하면 역시 남녀가 포함되는 말입니다. 이것이 나라에 따른 말의 차이지요.

 
영어로 시먼 또는 세일러는 우리의 토박이말로는 뱃사람, 사공, 뱃사공입니다. 기관을 장착한 현대적 선박이 들어오면서 선원, 승조원이라는 말도 묻어 들어온 거지요. 요트는 작은 배라서 크루를 승정원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우리가 오늘날까지 요트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일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요트인이라고 쓰고 있는 이 낱말은 참으로 자존심 상한 말입니다. 요트는 서양말이요 뒤에 붙은 인(人)도 한자말로 다 들어온말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트인은 돛배꾼, 세일러는 돛달리기꾼으로 부릅니다. 이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있겠지만... 물론 처음으로 들으면 어색하겠지요. 말이란 다 버릇 들이기에 달린 거니까요. 뒷가지의 꾼은 “노름꾼”, “사기꾼”이 연상되어 선입견이 좋지 않겠지만 꾼의 사전 풀이는 “어떤 일에 흠뻑 빠지거나 어떤 일을 매우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돛배꾼”이나 “돛달리기꾼”은 돛배인 요트를 즐겨 잘 부리는 사람“이므로 어떤 행위의 낱말 뒤에 붙는 ”꾼“은 뒷가지 말로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합니다.

 
얘기가 잠시 샛길로 빠졌군요. 결국 시먼십이란 배의 종류에 따라 조종술은 각기 다르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포괄적으로는 메인티넌스, 밧줄 다루기(rope work), 내비게이션, 관천망기(觀天望氣), 선원의 안전대책, 위험에 대한 회피 방법과 대책, 바다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는 일 들로 뭉뚱그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트의 경우에 시먼십 공통의 기능에 더하여 요트 특유의 기술로는 범주기술, 경기에서 경쟁의 기술(전략과 전술을 포함한 일곱 가지 경기 요소), 선내생활의 기술이라는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기술론”으로 말하면 부품의 이름을 알고 그 역할을 이해하는 것을 비롯하여 배의 운항과 관련한 지식과 기술을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법령이나 규정과 규칙을 공부할 때는 거기에 실려 있는 낱말의 정의를 정확하게 안다면 전체를 이해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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