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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십과 경기규칙 - 장영주

대한요트협회|2013-02-08|조회수: 8382

스포츠맨십과 경기규칙
 
글 장 영 주
 
상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없는 자는 참다운 승리자가 아니다.
- 폴 엘브스트롬(올림픽 4회 우승자)
 
스포츠맨십과 규칙
지난번에는 시맨십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스포츠맨십에 관해 살펴보기로 합니다. 이 두 낱말은 다 같이 세일링경기규칙집에 올라 있으면서 낱말의 뒷가지가 십(ship)으로 이루어진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뜻은 사뭇 다릅니다. 시맨십은 뱃사람이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을 가리키는데 대하여 스포츠맨십은 경기자의 의사와 정신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세일링 스포츠의 선수는 지키고 실행해야 할 그 일련의 규칙에 따라 통제된다. 스포츠맨십의 기본원칙은 선수가 규칙에 위반한 경우, 재빨리 벌칙을 이행하라는 것이며 그것이 리타이어일 수도 있다.”
 
기본원칙을 이루고 있는 이 선언은 규칙집의 제1장 “기본원칙”보다 앞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스포츠맨십”이 우리 세일링 경기의 모든 규칙에 우선하여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세일링 경기의 역사를 훑어본 사람이라면 그 선구자들이 선수와 임원을 불문하고 공통의 명예와 상호 존경의 정신을 기본으로 하면서 극적인 진검승부를 해 왔음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젠틀맨십의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로서는 경기에 임해서 공정과 정직을 기본으로 하는 훌륭한 경기를 지키기 위해 우수한 배와 숙련된 승정원들만에 의존하여 우승을 겨룬다는 서약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일링경기가 자라 온 전통의 중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레프리” 없이 선수가 자주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칙의 시스템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우리의 규칙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칙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여 벌칙을 이행하는 것도 다른 배가 위반한 가능성이 있으면 항의의 절차를 밟는 것도 그 시스템과 같은 사상의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 세일링경기는 다른 대부분의 경기 종목에 견주어서 극히 유니크합니다. 다른 경기, 예를 들면 테니스 싱글스의 선수 두 사람에 대하여 주심에서 라인즈먼까지 때로는 열 명의 저지가 감시하고 있는 것과 견주면 우리 스포츠가 얼마나 선수의 자주성과 젠틀맨십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모든 규칙의 목적은 우선 안전 제일, 그 다음으로 공정성입니다. 그리고 경기자 자신이 쉽게 자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배가 마주쳤을 경우, 어느 배가 항로권을 갖고 있으며 어느 배가 비킬 의무를 지고 있는지를 될 수 있는 대로 명쾌하게 규정하는 것입니다. 선수 자신이 규칙 위반을 스스로 인정한 경우에는 재빨리 벌칙을 이행하든가 또는 리타이어하는 것을 규칙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이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결코 물러서지 않은 성격”의 신사답지 않은 선수는 결국 청문을 필요로 하고 그것에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간적인 손실을 끼치고 경기의 품격을 떨어뜨리게 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규칙44(제2장의 규칙 위반에 대한 벌칙)는 두 바퀴 돌기 벌칙 따위의 자주적 벌칙을 마련하고, 배는 언제든지 이것들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규칙31(마크와의 접촉)은 마크와의 접촉에 대한 한 바퀴 돌기의 벌칙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만일, 어떤 배가 다른 배의 규칙 위반을 확신한 경우에 항의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항의란 어떤 배가 규칙에 위반한 가능성이 있는 케이스를 경기가 끝난 뒤에 청문하여 관계가 있는 선수와 항의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그 케이스를 검증하고 규칙의 적용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쌍방이 모두 정직하다면 단지 규칙에 관한 견해가 다르고 또 단지 장면의 기억이 다를 뿐인 이유로 발생한 항의는 어느 선수에게도 불명예를 안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항의 제도야말로 우리 스포츠가 갖는 선수의 주체적인 규칙 시스템의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배가 규칙에 위반한 결과 도리어 경기 또는 시리즈에서 유리하게 된 장면에 있어 이것을 처리하기 위해 유효한 시스템입니다.
 
배가 자기 배의 잘못은 없는데 규칙에 위반할 수밖에 없는 경우, 그 배는 “무과실의 희생자”로 여겨 규칙64.1(c)에 따라 책임을 면제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만일, 어떤 배가 경기위원회, 항의위원회 또는 다른 선수의 탓으로 스코어가 현저하게 나빠졌다고 느끼면 그 배는 규칙62(구제)에 따라 구제를 요청할 수가 있습니다. 그 경우, 규칙64.2(구제의 판결)가 적용되며 항의위원회는 영향을 받는 모든 배를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공평하게 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규칙의 집필자들은 세일링이야말로 올바른 스포맨십과 궤(軌)를 같이 하고 페어 플레이의 정신과 결을 함께하고 있다는 뜻을 높이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理想)으로 하는 모든 규칙이 집필자의 의도대로 활용될 것인가의 여부는 경기를 마친 뒤에 우리 세일러 모두가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할 것입니다.
 
거기서 문제는 이긴다고 하는 “성과”를 위해서는 교활한 전략도 비겁한 속임수도 어느 정도는 허용되어 있다고 상상하는 사람도 더러 있게 마련입니다. 그들로서 “성과”란 승리의 쾌감이고 인기와 선전 효과이며 수입(돈)과 스폰서의 이익 따위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분명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며 각 세일러가 자기 스스로 결졍해야 할 문제입니다. 일부의 저급한 인간이 규칙을 왜곡하거나 자기 나름의 유리한 해석을 고집하면 경기 활동 전체가 참가자 모두에게 무의미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부정행위의 유혹이 주위에 전렴되는 경향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규칙2(공정한 범주)와 규칙69(중대한 부정행위의 제소)는 엄격하고도 자주적인 규칙의 준수를 장려하는 수단으로서 어느 정도 외적인 “강제”를 가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사람은 상대도 제각기 규칙을 엄수하여 경기에 임하고 있음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누군가가 괴상한 수법을 쓰고 있는 경우에도 그것에 동조하는 일이 없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위반자가 반성하여 그것을 중단하도록 모두가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젠틀맨십을 이어받은 자랑스런 세일링 스포츠는 세일러 모두가 경기에서 이 신사도를 지킬 때 스포츠맨십은 자연스럽게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가 세일링에 몰입한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세일링을 통해 제틀맨십을 수련하는 길이어야 합니다.
 
스포츠맨십, 페어 플레이, 좋은 매너 그리고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
이쯤에서 스포츠맨십이라는 말은 RRS에 몇 군데나 올라 있는지 또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따로 규칙집을 펼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기 위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관련 조항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 중에는 2013-2016 규칙집에서 바뀐 부분도 있습니다.
 
기본원칙-스포츠맨십과 규칙
세일링 스포츠의 선수는 지키고 실행해야 할 그 일련의 규칙에 따라 통제된다. 스포츠맨십의 기본원칙은 선수가 규칙을 위반한 경우, 즉시 벌칙을 이행하는 것이며 그것이 리타이어일 수도 있다.
 
규칙2 공정한 범주
배와 그 소유주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스포츠맨십페어 플레이의 원칙에 따라 경기하여야 한다. 배는 그 원칙에 위반한 사실이 확실히 판명된 경우에만 이 규칙에 따라 벌칙이 부과될 수 있다. 이 규칙에 따른 실격은 그 배의 시리즈 득점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규칙69.1 중대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을 의무
(a) 선수는 규칙 또는 좋은 매너 혹은 스포츠맨십의 중대한 위반이나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을 포함한 중대한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규칙69에서는, “선수”는 배의 승정원 또는 소유주를 가리킨다. (문장이 바뀌었음)
 
규칙86.1(a) 국가협회의 규정에서는 경기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규칙은 변경할 수 없다. 정의, 머리말의 규칙, 스포츠맨십과 규칙---.
 
C8.3 엄파이어는 배가 다음 어느 것인가를 했다고 판정한 경우, 규칙C5.2, C5.3 또는 C5.4에 따라 벌칙을 부과해야 한다.
(c) 스포츠맨십을 위반했다.
 
D.2.3 엄파이어가 발의한 벌칙
엄파이어는 배가 다음 어느 것인가의 경우, 다른 배로부터 항의가 없더라도 벌칙을 부과할 수가 있다. 또는 항의위원회에 사건을 보고할 수가 있다. 또 그 양쪽을 할 수도 있다.
(g) 스포츠맨십의 위반을 저지를 경우.
 
이렇듯 RRS에는 스포츠맨십이라는 낱말이 여섯 군데나 올라 있습니다. 스포츠맨십의 사전 풀이는 “정정 당당하고 공평하게 승부를 겨루는 일”로 나와 있습니다. 경기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으므로 스포츠맨십은 어느 스포츠 종목에서나 공통적으로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데 RRS에서는 이와 비슷한 뜻을 지닌 “페어 플레이”, “좋은 매너” 그리고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까지 실려 있어 스포츠맨십과 이들 용어는 어떻게 서로 다른지 우리로 하여금 헷갈리게 합니다.
규칙2에서는 “스포츠맨십과 페어 플레이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했고, 규칙69.1에서는 “선수는 규칙 또는 좋은 매너 혹은 스포츠맨십의 중대한 위반이나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을 포함한 중대한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할 점은 스포츠맨십과 함께 좋은 매너, 페어 플레이 그리고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분하여 해석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럼, 우선 이 세 가지 낱말의 뜻이 스포츠맨십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좋은 매너”는 좋은 태도,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태도를 뜻합니다.
“페어 플레이”는 정정 당당하게 경기를 벌이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는 우선 명예가 무엇이냐는 것부터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명예는 “뛰어남을 인정받는 어엿한 이름이나 자랑”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랑스런 이름값”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는 “세일링 스포츠의 자랑스런 이름값”이 됩니다.
이 세 가지 용어의 뜻풀이를 살펴보아도 스포츠맨십과 어떻게 다른지 확연히 구분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추상적인 용어가 돼서인지 가령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이들 용어를 위반한 것인지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든 법령이나 규칙을 제정할 적에는 용어로 인한 해석상의 오해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그 앞머리에 용어의 정의를 싣습니다. RRS에도 용어의 정의가 실려 있으나 이들 네 가지 용어의 정의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지금까지는 RRS의 말미에 용어의 정의가 실려 있었으나 2013-2016의 RRS에는 그것이 앞머리로 옮겨졌습니다).
“모든 문제에는 숨겨진 보물이 있다. 당신이 할 일은 바로 그것을 찾아내는 일이다”고 했으니 이들 용어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일은 바로 우리가 찾아내야 할 보물인 셈입니다. 이러한 추상적인 용어는 사람마다 자기의 편의에 따라 광의로도 협의로도 해석하는 폐단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그 용어에만 집착하여 매달려서는 풀기가 어렵습니다. 차원을 달리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인데, 법률에서는 입법 정신을 증요시합니다. 우리는 RRS를 입안(집필)한 사람들의 제정(입안) 정신을 더듬어 살핀다면 실마리가 쉽게 풀릴 듯싶습니다.
요트는 영국의 왕실에서 발상하여 귀족과 부호들을 거쳐 요트가 소형화되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확대 보급된 역사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바탕에는 젠틀맨십이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결국 젠틀맨십은 요트계의 전통으로 오늘날까지 이어 오면서 자리를 굳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RRS의 입안자들은 모든 세일러들이 젠틀맨이라는 전제 아래 규칙을 기초(起草)했음을 우리는 규칙의 행간(行間)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네 가지 비슷한 뜻을 지닌 용어를 젠틀맨십에 대입시켜 생각하면 그 명확한 의미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젠틀맨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젠틀맨십은 우리말로 신사도요, 토박이말로는 선비의 길(道理)입니다.
젠틀맨십의 덕목(德目)이 무엇인지를 알면 젠틀맨십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터이므로 이를 나열해 봅니다.
젠틀맨십의 덕목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다음 네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첫째는 정직이요, 둘째는 명예이며, 셋째는 겸손이요, 넷째는 아녀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여기에다 신의와 예절을 더할 수 있으나 이것들은 각기 정직과 겸손의 덕목이 수용(受容)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요트경기에서 가장 비신사적인 행위로 보는 것은 속임수(cheating)입니다. 레이저 클래스규칙의 들머리에는 “속임수”의 항목을 따로 설정하여 꽤 길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속임수는 젠틀맨십의 덕목 중에서 정직과 명예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입니다.
정직이란 곧 양심이고 명예란 자존입니다. 결국, 속임수는 양심과 자존을 저버리는 일이니 이러한 자는 경기자이기 전에 인간 말짜로 배척의 대상일 뿐입니다.
 
따라서 스포츠맨십, 페어 플레이, 좋은 매너 그리고 세일링 스포츠의 명예는 젠틀맨십의 네 가지 덕목 중, 정직과 명예에 해당된다고 보면 쉽게 그 용어를 규칙집에 올린 집필자의 취지와 용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결국, 자기의 양심에 거리낌이 없고 스스로의 자존을 해치지 않는다면 이 네 가지의 용어가 규정하는 취지에 저촉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봅시다. 위에서 든 네 가지의 덕목을 오롯이 지닌 젠틀맨이 몇 사람이나 떠오르는지----. 세일러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젠틀맨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는 요트를 통해 그것을 수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글이 길어졌군요.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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