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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9

장영주|2024-03-12 10:56:19|조회수: 81

                                           책을 읽읍시다!

                                    

                                                                                   나팔수 장영주

 

 “절대로 당신은 돼지에게 노래를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 당신은 시간을 낭비할 것이고 돼지는 짜증을 낼 것이다.

                                    - 서양 격언-

 

  돛달리기 경기에서 이론이란 무엇인가?

  혹자는 제게 왜 당신은 한사코 돼지에게 노래를 가르치려고 하는가?“고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릅니다. 돛달리기 경기에서 이론에 바탕을 두지 않은 기술(그것은 진정한 기술이 아니겠지만)로는 결단코 세계대회에서 상위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은 요트계에서 정설(定說)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하여 세계에서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이론에 치중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단체 구성원 가운데는 이론은커녕 그런 사실조차 아는 이가 없답니다. 임원도 지도자도 심지어는 선수들까지도 모두가 깜깜 속이랍니다.

 

  이러한 실정인데 누가 우리에게 돛달리기 경기의 이론을 가르쳐 주겠습니까? 그나마 이론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책밖에 없습니다. 그 책조차 없으니 더욱 난감한 일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뒤늦게 돛달리는 경기의 이론서인 <...날쌔고 슬기롭게>의 연작 7권을 늙은이들이 편찬해 주자 협회는 그 가운데에서 3권만 권당 천 권씩 삼천 권을 2011년에 발간해서 그것이 다 나갔습니다. 왜 나갔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도둑맞은 책이 많다기에 팔렸다는 말을 나갔다로 바꾼 것입니다. 그 책들을 훔쳤거나 샀거나 어떻든 삼천 권은 다 구성원들 손에 들어간 셈입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그로부터 무려 12년 만에 제4, 5, 6, 7권의 책을 선배들이 출자하여 권당 5백 권씩 발간했습니다. 먼젓번처럼 권당 천 권씩 발간하려고 했으나 돈이 모자랐던 것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그 책들을 반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개밥의 도토리꼴이 되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적군과 대치하여 싸우는 전투에서 상대는 총과 대포를 쏘아대는데 우리 병정들은 활과 창으로 대항하기에 옆에서 보기에도 딱하고 안쓰러운지라 대등하게 싸우라고 적이 사용하는 총과 대포를 구해 줬더니 귀찮다고 사용법을 익히려 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백전백패입니다. 모두가 승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론이 아니고는 돛달리기 경기에서 달리 상위에 오를 방법이 없다는 데도 왜 한사코 그것을 마다할까요? 이러한 현상은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성장을 거부하고 미래를 걷어차는 행위이기에 더욱 딱한 일입니다.

 

  이 원인을 밝혀 내어 처방을 하고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 암흑의 길일 뿐입니다.

 

  뉴욕타임즈회장의 말을 음미하며 패러디해 봅시다, ”책 속에 미래가 있다. 읽어야 열린다,“ ‘우리의 미래는 경기 이론 속에 스며 있다. 읽고 이론에 따른 기술을 익혀야 열린다,‘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외면하고 왜들 자꾸만 메로 가려 하는 걸까요? 우리는 돛달리는 경기의 시작이 다른 나라보다 늦었으니 지름길을 찾아 달려야 합니다.

 

  우선에 지름길로 가려면 책을 읽고 이론을 이해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그에 따른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첫 단계인 책을 읽는 데서 막혀 버리니 앞으로 더 나아갈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이론서는 소설책이 아닙니다. 이론서의 앞장 한두 쪽을 읽다가 이해하기 어렵다 해서 엤다 모르겠다고 책장을 덮는 자세로 책과 마주하면 백날 가야 제자리일 뿐입니다. 선현(先賢)들은 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은 저절로 깨친다. (讀書百偏義自通)고 했는데 참을성 있게 진득이 거듭 거듭 읽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뜻을 모르는 겁니다.

 

  그렇다면 돛달리는 경기에서 과연 이론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니 우선 맛이라도 보아야 먹을지 말지 결정할 터입니다. <...날쌔고 슬기롭게> 저자의 입을 빌려 이번에는 이론의 개념을 알아보기로 합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델렌바우는 제8권에서 이론의 개념이자 정의(定義)를 이렇게 설파(說破)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론이란 경험이나 일반 상식에 바탕을 둔 수단이나 방법의 지침이다.” 적절한 행동을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주기 위한 원리이기도 하다. 돛달리는 경기에서는 전술과 전략, 배의 속도 향상 들을 시행하는 데서 이론을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정석, 원칙, 유효한 조언 또는 단적으로 실증(實證)을 마친 방법이라고 불린다. 이론은 지침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성공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일련의 행동을 나타내고 있다.”

 

  설명이 좀 길지만 이것이 돛달리는 경기에서 이론의 개념이요 정의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간단히 줄여 설명하면 돛달리는 경기에서 이론이란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이르게 피니시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여러 앞선 이들이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여 이런 때는 이렇게 저런 때는 저렇게 했더니 실패하지 않고 성공률이 높더라고 하여 정립(定立)된 방법인 것입니다.

 

  앞에서 저자는 이론이란 돛달리는 경기의 정석(定石)이고 지침(指針)이다고 한 말이 압축된 이론의 개념인 것입니다. 정석이란 본디 바둑 용어인데 정석대로만 두면 바둑판의 구석에서도 두 집을 짓고 살아남는 방법을 이르는 말입니다. 지침(指針)은 글자 그대로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말하는 것이니 모르는 길을 갈 때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면 틀림이 없다는 길라잡이인 것입니다.

 

  돛달리는 경기 이론은 일곱 가지 경기 요소에 고루 스며 있습니다. 여기서는 마크를 돌기 위해 달리는 동안의 이론 한 가지만 보기를 들어 봅니다.

 

  이론은 긴 쪽의 택을 먼저 달린다,”는 것입니다. 올라가는 가닥에서나 내려가는 가닥을 달리고 있을 때, 한쪽 택이 다른 쪽 택보다 한결 긴 경우, 그 택을 먼저 달림으로써 자기가 우위에 서는 확률이 높다는 거지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여러분이 생각할 문제입니다. 책에는 물론 왜 그런지에 대한 답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것이 이론의 맛보기입니다. 이론에 충실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겨룬다면 어느 선수가 이길까요?

 

 

  저는 이 꼭지의 글을 마무리하면서 들머리에 불러 앉힌 서양 격언을 다시 곱새겨 봅니다. ’혹시 내가 돼지에게 노래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책을 읽읍시다!”의 나팔소리에 짜증을 냈다면 당신은 사람의 탈을 쓴 영혼 없는 돼지입니다. 책을 읽지 않을지언정 설마 짜증이야 내겠습니까? 이래 봬도 우리는 영혼을 지닌 어엿한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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