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정비하자 ⑬
글 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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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칸트) |
여보게들! 팔다리가 없는 몸으로 무슨 일을 하겠나
저는 지난 7월 초에 조직을 정비하자 ⑫에서 “집행부가 해야할 끽긴한 당면 과제”라는 제목으로 오늘날 우리 단체에 이원화되어 있는 요트의 조직을 하나로 하루속히 통합해야 한다는 글을 누리집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3개월을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집행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동안 우리 단체는 지나간 모든 집행부들의 임원들이 일머리를 몰랐거나 또는 능력 부족으로 방치했던 일들에 대하여 한꺼번에 하라고 권유하면 지레 겁을 먹고 착수하지도 못할 것 같아 해야 할 일감을 하나씩 제시하여 그 일을 시작하거나 마치면 다음 것을 이어서 제기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만 첫밗에 사단(事端)이 나고 말았으니 다음 일감으로 이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구성원들의 공통 가치를 구현할 목적으로 창립되었습니다. 들머리에서 인용한 칸트의 어록대로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가치를 구현(具現)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요트의 통합을 마다할 구성원은 없을 것입니다. 이 일을 반대할 임원은 더더욱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비정상의 조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이므로 계획사업도 특별사업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일도 아닌 통상업무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을 해야할 집행부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조직의 결함에서 찾아야 합니다. 현 이사회의 조직 구도(構圖)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대로 단체를 이끌어 가는 한, 직전 집행부처럼 아무런 실적도 남기지 못한 채 존재감 없이 세월만 낚다가 4년을 허송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이사회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해마다 연간 사업을 구상하여 수립한 사업계획을 총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는 일과 함께 통상 업무를 심의 의결하는 기능이요 다른 하나는 그것들을 실제로 집행하는 기능입니다. 하여 이사회를 다른 이름으로 집행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사회는 의결기구(機構)요 집행부는 집행기구라는 뜻입니다.
한데, 우리 단체의 현 조직에는, 이사회는 있는데 집행부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이사회는 이사들로 구성되고 집행부는 상임이사들을 일컫는 건데 막상 일을 해야 할 상임이사는 회장 부회장과 전무이사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마치 상체만 있고 팔다리가 없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단체 조직의 민낯입니다.
저는 예언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러한 단체 조직으로는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단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일을 해야 할 집행부 기능이 작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그의 저서 <비영리단체의 경영>에서 이리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획서나 계획서를 근사하게 제본하여 책자로 만들어 책장 선반에 잘 꽂아 두는 것으로 끝날 때가 많다. 모두들 무엇인가 이룬 기분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지 않는 한, 해 놓은 것은 계획서뿐이다.”
이와 같이 우리 단체 이사회는 훌륭한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멋지게 책자로 발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 조직 구도로는 딱 거기까지입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습니다. 책장에 꽂힌 계획서를 바라보며 흐뭇해 하는 것도 잠시뿐입니다.
비영리단체의 운영은 돈과 의욕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사명의식으로 무장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적 자본이 필수(必須)입니다. 단체의 지도자는 이와 같은 인재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치밀하게 조직화해야 합니다. 단체는 개인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한 개인이 설치며 좌지우지하는 단체는 조직화되지 않았다는 증표입니다.
집행부의 기능을 살려라
앞에서 살펴보아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우리 단체는 사람으로 말하면 팔다리에 해당하는 집행부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단체가 정상으로 작동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비정상 상태를 하루속히 탈피하여 정상 상태로 되돌려야 합니다. 이는 조직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니 조직을 정비해야 정상으로 전환됩니다.
우선에 상임이사를 복원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날까지 상임이사가 없는 단체 조직은 난생 처음으로 우리 단체에서 봅니다. 상임이사는 생산공장으로 말하면 기술자입니다. 기술자가 없는 공장은 가동할 수 없습니다. 우리 단체에는 이상한 풍조가 있습니다. 상임이사를 아직도 보직이사라고 부르는 무식쟁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은 없습니다. 단체에서 어떤 직책이 주어진 이사를 상임이사라 하고 그렇지 않은 이는 그냥 이사라고 하거나 더러는 평이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회장, 부회장과 전무이사는 그 호칭 자체가 직책이므로 상임이사인 것입니다.
우리 단체의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임이사에 관한 문제는 문답식으로 풀어 봅니다.
문 : 경기단체의 상임이사는 몇 명을 선임해야 합니까?
답: 그것은 그 단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단체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일정하게 몇 명을 상임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습니다. 단체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따라 이사의 정원 안에서 그 일에 적임자를 상임이사로 선임하면 됩니다.
문 : 경기단체의 상임이사에는 어떤 직책이 필요합니까?
답 : 경기단체의 필수 상임이사는 대개 총무, 재무, 기획, 국제, 훈련, 경기, 심판, 기술, 출판 들에다 단체의 특성에 따라 섭외, 교육, 홍보, 시설관리, 수익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책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우리 단체는 심판(항의), 경기, 기술, 엄파이어까지도 RRS 89.2에 따라 조직위원장이 경기 때마다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상임이사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또 상임이사로서 따로 할 일이 없습니다. 지난날 심판자격자를 상임이사로 선임했더니 그가 경기 때마다 자기는 당연직으로 항의위원장이 되고 항의위원을 임명함으로써 조직위원장의 권한을 침해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정관에 심판위원회를 상설로 둘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 같은데 아마 RRS 규정을 몰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 상임이사는 그가 맡은 일을 혼자서 합니까?
답: 그렇지 않습니다. 상임이사마다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그 위원회의 위원장은 상임이사가 당연직입니다. (주의사항 : 어떤 독립된 기관에 부속된 위원회는 부위원장을 두지 않고 그 대신 간사를 두어 위원장이 유고할 때 그 직무를 대행케 합니다. 국회의 부속 기구인 각 상임위원회와 정부 부처의 각종 위원회도 간사를 둡니다. 다만,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립된 인권위원회, 권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관들은 부위원장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 위원회들의 간사는 위원장이 유고한 때 위원장의 직무는 대행할 수 있어도 이사가 아니므로 이사의 임무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또한 처장을 포함한 사무처 직원은 위원회 위원이나 간사를 맡아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행정 보조는 할 수 있습니다.
문: 상임이사에 대한 업무 분담은 누가 합니까?
답: 이사회 의결로 상임이사별 업무분담표(SOP, 매뉴얼 또는 규정이나 규칙)를 만들어 그대로 이행케 합니다. 이것은 상임이사의 업무지침이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단체가 앞으로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일본의 사례를 듭니다. 그들은 상임이사마다 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있습니다. 연간사업계획서부터 상임이사별로 작성하여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고 그것을 역시 상임이사별로 사업 주체가 되어 시행합니다. 그리고 한 해의 사업결과보고서도 똑같은 절차에 따라 작성하여 총회에 보고합니다.
이와 같은 제도는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에 계획사업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아울러 상임이사마다 업무 처리 능력이 한눈에 드러납니다. 우리 단체의 경우처럼 계획사업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두루뭉실 넘어가지 않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저는 그들의 사업결과보고서를 입수하여 읽은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계획사업을 이행하지 못한 사업에 대한 사유가 소상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사업결과보고서인 만큼 그것은 당연한 처사입니다. 계획사업을 했으면 한 대로 못했으면 못한 대로 정직하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이사회와 총회의 의결로 확정한 연간사업계획을 집행부가 이행하지 않아도 총회에서 이를 추궁하는 대의원이 없습니다. 이런 마당에 집행하지 못한 사업에 대하여 낯뜨겁게 그 사유를 보고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직전 이사회의 사례를 들어 봅니다. 회장은 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연간 얼마씩 출연(出捐)하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선된 뒤로 한 해도 공약을 지키지 않은 채 임기를 마쳤습니다. 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거짓으로 공약을 하고 당선만 되면 공약은 헌신짝처럼 버린 채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4년의 임기 동안 무탈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단체는 우리 말고 달리 있을 성싶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총체적 무능이요 집단적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문: 상임위원은 누가 임명합니까?
답: 상임이사의 추천에 따라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 회장이 임명합니다.
문: 상임위원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합니까?
답: 상임위원은 위원장이 함께 일할 인물들이므로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추천할 것입니다. 또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의 견문을 소개해 드리지요.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협회 고위층의 초대를 받았는데 마침 출근시간대인지라 전철이 가장 빠르다하여 젊은이를 안내자로 저의 숙소에 보내 주었습니다. 건네받은 그의 단체명함에는 출판위원회의 위원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직업을 물었더니 출판사 직원이라더군요. 이로써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대신합니다.
인사는 만사다
인사는 일의 시작이요 끝입니다. 일의 성패는 인사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다”라고 합니다. 선출된 지도자가 첫 번째로 하는 인사는 그 자체로 일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요 구성원들에 대하여 “앞으로 나는 4년의 임기 동안 이와 같은 임원들과 함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암묵적 메시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아마추어 경기단체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지혜와 뜻을 모아 목적 사업을 수행하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실패도 하는 가운데 경험과 지식을 쌓으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한데 이번에 발표된 임원 명단은 공직사회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겸직을 두 가지 심지어는 세 가지까지 허용하고 있어 아무리 선의로 보려고 해도 이는 끼리끼리의 회전문 인사지 어디에서도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가 없으니 참으로 유감된 일입니다. 이것은 곧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는 징후입니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습니다. 일도 나눌수록 효율이 오릅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이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곧 인재양성과도 직결됩니다.
앞에서 살펴보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경우, 상임이사마다 위원회를 구성하여 위원들로 하여금 사업 집행에 참여케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재를 꾸준히 양성하겠다는 계획의 실현인 것입니다.
“위대한 조직은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비범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기 단체는 천재들의 조직이 아닙니다. 너와 나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하찮은 일일지라도 비범하게 이루도록 해 줌으로써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했습니다.
임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여러분이 생각해도 현재의 조직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지 않습니까? 우선 ‘나는 어떤 상임이사직을 맡아 비범하게 그 일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십시오. 또한 겸직하고 있는 임원들은 애초에 맡은 본직(本職)은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이켜 본다면 거기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을 하기 위해 상임이사를 복원하려면 조직의 개편은 필연이요 불가피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일을 하기 위해 이사로 선임해 놓고 상임이사직도 주지 않는다면 이름만 걸고 있으라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지 페론 장군의 말을 소개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사람들에게 일을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마라.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하면 그들은 자신의 재능으로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럴 수 없는 임원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