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글 장영주

 

 

 책을 읽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책을 깊이 파고들어 읽는 방법은 따로 있을 터입니다. 이번에는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하여 국문학자이면서 탐독가(耽讀家)<김열규 교수의 열정적인 책 읽기, 독서>를 통해 꼼꼼 책 읽기 8가지를 간추려 고갱이만 소개합니다.

 

 

 

1. 꼼꼼 책 읽기 창조적인 읽기로 통하는 문

 

  글짓기가 창조적인 것처럼 글 읽기 또한 창조적이기 위해서는 꼼꼼 읽기가 필요하다.

 

  “글 읽기는 그냥 보는 게 아니다. 읽는 사람이 그 사람 아니면 못 찾아낼 것을 찾아내게 해야만 비로소 읽기는 참다운 읽기가 된다. 글짓기가 창조적인 것처럼 글 읽기 또한 창조적이다. 우리의 읽기가 언제나 창조적인 읽기가 되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그건 꼼꼼 읽기가 아니면 가망도 없는 일이다. 꼼꼼 읽기를 통한 창조적인 읽기는 집어내고 캐어 내고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는 찾아내기고 숨박꼭질이다.”

 

  결국 꼼곰 읽기는 저자가 행간에 감추어 놓은 부분, 글로 나타내지 않은 것들 심지어는 저자가 미쳐 생각지 못했던 것까지 집어내고 캐어 내고 찾아내는 작업이니 제2의 재창조입니다. 또 보이지 않은 광맥을 찾아내어 금과 은을 얻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글짓기와 마찬가지의 창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클로스 리딩 그건 뭔데?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읽고 묻고 따져라. 캐면 캘수록 문제가 가까워진다.

 

  “클로스 리딩(close reading)은 영국의 유명한 문학자인 F.R 라비스(Farnk Raymond Leavis)가 만들어 낸 용어다. 그의 뒤를 이어서 신비평가들은 클로스 리딩을 높이 평가했다. 곧이곧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바싹 붙어 읽기(밀착독서)가 될 테지만 그렇게만 풀이하고 말면 클로스 리딩한 것이 못 된다. 클로스 리딩은 바싹 붙어 읽기인 동시에 코를 박고 눈을 박고 활자로는 표현되지 않은 숨은 뜻까지 파헤치고 따져드는 읽기이다.”

 

  클로스리딩은 보이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숨겨진 보물찾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묻고 따지면서 글의 내용을 파고들어 분석하고 평가하는 수고가 따라야 합니다.

 

3. 클로스 리딩과 꼼꼼 읽기 적게 넣고 많이 씹어라.

 

  바싹 붙어 코 박고 눈 박고 글에 집중하라. 오래 씹을수록 맛도 좋은 법이다.

 

  “꼼꼼 읽기와 클로스 리딩도 그게 그거다. 같은 음식이라도 꼭꼭 씹을수록 맛이 더하기 마련이다. 적게 넣고 많이 씹으라는 말이 있다. 그게 몸에 좋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래야 먹을거리가 제 맛을 낸다는 뜻도 그 속에 담겨 있다.

  책이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이나 글의 작은 주어진 단락 또는 하나의 문장 심지어 한 개의 낱말조차도 머릿속에 새기고 또 새겨야만 뜻이며 표현의 재미며 멋이 맛깔스럽게 머릿속에서 마음과 가슴에서 소화하기 때문이다.”

 

  글월 속에 담긴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려 이해하여 마음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려면 낱말 하나까지도 꼼꼼히 읽어야 꼼꼼 읽기와 클로스 리딩이 되는 것이니 코와 눈만 박을 것이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책 읽기입니다.

 

4. 읽고 읽고 또 읽고 첫눈에 반한 것

 

  읽고 읽고 또 읽어라. 책 맛은 오래 묵을수록 깊어지는 청국장 맛이다.

 

  “흔히 첫눈에 반했다! 한눈에 반했어!라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책은 그렇게 안 된다. 물론 책도 한눈에 반한 사람, 첫눈에 반한 사람이 없을 수 없다. 서점의 서가에서 빼들고는 표지 한번 훑어보고 목차 한번 스쳐보는 것만으로 홀딱할 수도 있다. 사자마자 소중히 품어 안고 모셔 온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에 대한 한눈에 반하기는 차츰 읽기가 거듭되면서 끈질긴 반하기로 바뀌어 간다.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책에 대한 사랑은 깊어지고 짙어진다. 책에 대한 사랑도 질기다. 차진 엿가락처럼 끈질기다. 그래서 책 맛은 묵은 된장 맛이다.”

 

  책은 읽을수록 새로운 정이 들고 더군다나 묵은 정이 더 깊어지는 게 책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읽고 또 읽으려면 책에 푹 빠져들어야 합니다.

 

5. 속독과 숙독 사이 하나의 길에서 만난다.

 

  속()과 숙()이 절묘하게 어울릴 때 비로소 우리는 책 읽기의 참맛을 알게 된다.

 

  “가끔은 책을 그냥 쭉 훑어 읽고는 다 읽은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는 경우도 있다. 그 엄청난 속도, 빨리 읽기는 그것대로 여간 큰 재능이 아니다. 속독은 대개 통독을 겸한다. 속독은 마음이 시원해서 좋고 통독은 마음이 통쾌해서 좋다. 속독에 통독을 겸하면 책과 독자 사이에 절로 속이 통하게 된다. 그러기에 속독은 모조리 날림 읽기라고 비방할 수 없다. 이른바 정보화 시대에는 절실하게 제구실을 해낼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메일을 읽어내 동영상을 보아내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숙독, 이를테면 천천히 익혀 읽기와 속독이 한결 절실해진다. 집게손가락 끝에 침을 묻히고 차근차근 한 쪽씩 넘기면서 눈알이 빠질세라 눈여겨서 책장을 들여다보는 잠으로 치면 숙면이다. 그러므로 두 갈래의 길을 다 가야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는 두 갈래의 길이 한 가닥으로 모일지도 모른다.”

 

  저는 늘 숙독만 해 온 탓인지 속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왜냐하면 속독할 책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속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질 전망입니다. 그러니 두 가지 읽는 방법을 다 익혀 두어야 할 것입니다.

 

6. 삼단뛰기와 장애물경주 읽기에도 비결이 있다.

 

  급할 때는 뛰어넘는 것도 방법이다. 삼단뛰기와 장애물경주를 주목하라.

 

  “어쩌다 보면 책을 서둘러 읽어야 할 때도 생긴다. 가령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숙제가 많다고 치자. 주어진 과제는 하나 또는 둘밖에는 되지 않지만 읽어야 할 책이 여러 권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런 조급한 상황 속에서 놀기 반 읽기 반으로 늑장을 부렸다간 다음 날 학교에서 혼쭐이 날 것이다.

다그쳐 읽어야 하고 도리없이 날려 읽어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되는 줄 뻔히 알지만 워낙 사태가 급하다 보니 비상수단 아니 초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목차 서론(도입부) - 본론(발전부), 이 세 부분을 펄쩍펄쩍 뛰어넘다시피 하니까 삼단뛰기다. 후다닥 요점만 빨리 짚어내고 지나가라는 뜻이다. 그리곤 차근 차근 결론을 살펴서 삼단뛰기한 것 가운데 요긴한 대목과 연관 지으면서 그 요점만 두세 문장 잡아내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장애물뛰기로 읽는다는 것은 뭘까? 책이나 글을 읽다 보면 성가시게 구는 대목을 만나게 된다. 중요한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소리인지 언뜻 잡히지 않는 대목을 만나게 된다. 이론 수준이나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그런 대목은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 어려움을 무릎쓰고 읽기에 장애물경주식의 읽기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어떤 과제를 안고 많은 책이나 자료를 읽고 검토할 때는 삼단뛰기의 읽기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과제를 마쳐야 할 시일은 촉박한데 마냥 늑장을 부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면서 지루한 대목을 만나면 저도 가끔 장애물경주의 읽기도 서슴치 않았으니 두 경주 방식의 읽기는 누구나 상황에 따라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7. 놀기 반 읽기 반 책을 덮을까 말까

 

  미적미적 건성건성 지루한 부분들은 요령껏 넘겨라.

 

  “읽기에는 여태 보아 온 것 말고도 서로 상반되면서도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읽기 방법이 또 있다. 놀기 반 읽기 반의 독서와 잠언 섬기듯 하는 이 두 가지가 그렇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만 편애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의 것은 느릿느릿 산책하듯이 글을 읽는 것이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것이 산책이듯이 글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꼭 산책하듯 읽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그래야만 잠언(箴言) 즉 침이 바르게 꽂히듯 말이다. 읽기란 이렇게 절묘한 것이다. 읽기에서는 모순과 모순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놀기 반 읽기 반의 독서,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읽기 반 놀기 반의 독서라 해서 얕잡아 보거나 깔볼 수는 없다. 그건 그것대로 독서삼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느긋함이 오히려 글의 숨겨진 경락(經絡), 이를테면 침놓는 자리를 드러내 보이고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저는 쫓기지 않는 느긋한 삶을 누리고 있으므로 산책보다 더 느리게 걷는 소요(逍遙)의 책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손맡에는 늘 읽고 있는 책 두세 권이 놓여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다가 좀 지루하다 싶으면 다른 책으로 손이 절로 뻗치기 때문입니다. 하여 늘 부담없는 편안한 책 읽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무료합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텔레비나 핸드폰에 꽂히지 않습니다. 하니 무료할 때 대화의 상대는 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8. 읽기와 쾌락주의 극과 극은 통한다.

 

  가볍게 또는 묵직하게 책 속의 쾌락을 즐기라.

 

  “쾌락은 참 성가시다. 그 개념을 다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별것이 다 쾌락이라는 이름, 향락이라는 명분을 뒤집어쓰고는 나부대기 때문이다. 그 품종이 많은 만큼이나 그 질도 매우 별나다. 흥분과 도취가 쾌락의 알맹인가 하면 안정과 고요도 유락(愉樂)이고 열락(悅樂)인 경우가 있다. 덮적대고 날치는 게 향락인가 하면 차분하고 가라앉는 것이 향락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극과 극인데 그 극끼리 서로 통한다. 그래서 독서의 쾌락도 이 양단을 오갈 수 있다.

  하지만 쾌락에도 그 무게의 가벼움과 무거움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인간이 누리는 즐거움에 양단이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라도 독서가 괴로운 것 재미없는 것으로 박대받는 딱한 현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제 글 읽기도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야 한다. 그러러면 생활에 쫓기는 고달픈 사람들에게는 놀이 반, 읽기 반의 독서가 조금 더 강조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단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책 읽기의 쾌락주의자가 되어 저마다의 쪽짬을 이용하여 느긋한 마음으로 소요하듯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이러한 책 읽는 방식도 있다는 것을 소개했습니다. 우리 단체가 발전하려면 책 읽기 말고는 다른 왕도(王道)가 없습니다. 지식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지식은 책에서 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까지 우리 단체는 구성원 모두가 책 읽기를 꺼려해 왔기에 발전을 이루지 못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책을 멀리한다면 발전은 결단코 기대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