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글 장영주

 

  공부할 수 있는 날은 길지 않고 젊은 날은 쉬 지나간다 (중국 송나라의 주희)

  

  책은 지혜의 보고다

수천 년동안 인간의 지혜를 간직(保存)하고 쌓아(蓄積) 온 방법은 딱 두 가지뿐이였습니다. 하나는 문명 유적과 같은 실물이고 다른 하나는 책이였습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거의 대부분의 지혜가 책 속에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글자가 없었을 적에는 기억에 의존해 지혜를 간직했습니다. 글자가 생긴 뒤에는 책을 이용했습니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읽고 쓸 수 있는 재능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인류의 발전은 이어달리기 경주와 같아서 한 세대가 완주하고 나면 다음 세대에 바통을 넘겨줍니다. 이렇게 해서 이어달리기 경주는 오늘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영원히 이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단체의 구성원들은 책을 읽는 이어달리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책 읽기의 실용성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지식과 지혜를 얻고 마음을 가꾸기 위함입니다. 이를 얻기 위한 방법은 책 읽기, 여행 그리고 대화의 세 가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책 읽기는 그 자체로 이미 지식이요 여행이며 대화라는 점에서 우리가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지식과 정신 확장의 으뜸가는 방법입니다. 여행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대화 또한 그러합니다.

여행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듭니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상대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책은 언제나 아무 때나 맘만 먹으면 내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행이요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는 대화입니다. 한 자리에 편히 앉아 세 가지를 즐길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우리는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 그리고 필요한 기술을 익혀서 단체의 목적 사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 단체가 오늘날 쇠락하여 바닥에 이른 것은 따지고 보면 구성원들을 비롯하여 일을 해야 할 집행부 임원들이 책을 멀리함으로써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각종 규정과 규칙조차 제대로 아는 임원이 없었으니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책 읽기의 표준은 무엇인가?

  이것은 우암 송시열(宋時烈) 선생의 책 읽는 표준입니다.

책을 읽고 몸을 닦음에 으뜸으로 삼을 표준이 없다면 보람을 얻기가 힘들다. 강학(講學)하여 배우고 살펴 성찰하여 머금어 함양하고 밟아 실천에 옮긴다. 이 네 가지는 지행(知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포괄하는 바가 대단히 넓다.”

이덕무(1741~1793)는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는 독서가였습니다. 찌저지게 가난하여 추위에 떨며 주린 배를 움켜쥐면서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암 송시열선생의 독서 표준을 몸소 실천하며 그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책 읽기의 으뜸가는 덕목은 강학과 성찰 그리고 함양과 실천의 네 가지이다. 이 순서를 헝클면 안 되며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 익히고 배워야 한다.

  그저 배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제 자신에게 적용해서 반성하고 또 살피는 성찰이 뒤따라야 하며 성찰에 머물기만 해도 발전은 없으니 내 안에 그러한 깨달음을 머금어 자라도록 길러야 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배워 익힌 것이 나의 자연스런 일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때 바야흐로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배우고 살피고 익혀서 실천하는 것이 이덕무의 네 가지 강령이요 독서의 덕목이니 무턱대고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선현들의 책 읽는 표준과 책 읽는 덕목을 살펴가며 읽고 배워 성찰하여 함양하여 실천해야 합니다.

 

  생각은 마음의 적이다

  책을 읽을 때는 바른 마음 자리를 심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책은 지금 읽지 않아도 다음에 읽으면 됩니다. 그러나 마음은 한번 흐트러지면 추스르기가 어렵습니다. 마음 밭을 황폐하게 하는 원인은 소인(小人)을 가까이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못 보던 것, 신기한 일 그리고 자극적인 내용들은 아직 심기가 안정되지 않은 젊은이의 마음을 가누지 못하게 만듭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생각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공부한답시고 책을 붙든 채 다른 생각을 하면 공부 따로 마음 따로가 되어 책 읽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생각에는 참으로 종류가 많습니다. 옛 선인들이 생각의 갈래를 풀어 놓은 생각의 종류는 이렇습니다.

머릿속에 꼭 박혀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고 전기불 들어오듯 퍼뜩 떠오르는 생각()도 있다. 곰곰이 따져서 하는 생각()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생각()도 있다. 사람이 사려(思慮)는 깊어야 하지만 염려(念慮)가 깊으면 안 된다. 헛생각은 마음 위를 떠다니면서 공부를 방해한다. 공부의 관련은 쓸데없는 생각을 걷어 내고 빛나는 생각으로 채워 넣는 데 있다.

마음을 붙들려면 생각이 한결같아야 한다. 그래야 쓸데없는 생각이 끼어들지 못한다. 존심(存心) 말하자면 생각의 공격으로부터 마음을 보존하는 법은 일상의 몸가짐과 예의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생각에 휘둘리지 않도록 단속해서 성성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연히 마음 수양한다고 좌선이니 묵상이니 하다가 헛생각에 붙들려서 마음의 병으로 발전하고 만다. 생각이 날뛰면 마음을 붙들 길이 없다.”

  말이야 쉽지만 헛생각을 걷어 내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시체말로 하면 집중인데 저는 집중해서 책을 읽다가도 한참 읽고 나서 무엇을 읽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은 때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어느 사이엔가 헛생각이 끼여들었던 겁니다. 그런 때는 정신을 가다듬고 앞장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읽기도 했습니다. 집중력에 관해 어느 마스터는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여러분의 집중력은 마치 에너지 소용돌이의 중심점처럼 작동합니다. 단지 뇌의 활동만으로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집중력 향상은 의식의 여러 단계에서 일어나는 활동입니다.” 그러면서 그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명상법을 제시하고 있길래 저도 따라 하고 있는데 명상하는 동안에도 헛생각은 자주 끼어들어 명상을 방해하곤 합니다.

  우리가 공부든 일이든 무엇인가를 할 때 집중력은 그 일의 효율을 좌우하는 열쇠가 아닌가 싶습니다. 옛 선인(先人)들은 몰두니 몰입이라는 말은 많이 썼지만 집중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할 때 집중력은 참으로 중요한 덕목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이라는 낱말 하나에 네 가지 한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 념. 생각할 념. 스물 념(20). 잠깐 념.

생각할 상. 생각 상. 생각건대 상.

생각할 사, 생각 사, 어조사 사, 수염 많을 새.

생각할 려. 걱정할 려. 꾀할 려. 사실할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