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보트 요트경기에 참가하는 요트는 제조사, 모델, 크기, 세일 종류 등에 따라 성능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각 요트에 특정 수치의 핸디캡(레이팅)을 적용하는 것으로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게시글은 킬보트 대회에서 사용되는 ORC 레이팅을 중심으로 레이팅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과 어떻게 활용할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기획되었습니다. 

아무쪼록 킬보트 구입 또는 킬보트 대회 참가를 준비중인 분, 킬보트 계측 및 레이팅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유익한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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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준

 - ORC Rating Officer/Measurer/Scorer

 -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 / 조선해양공학 박사

 - RYA/MCA Yachtmaster Offshore

 - 대한요트협회 생활체육킬보트위원장, 외양세일링위원장 역임

 

[목차]

1. 레이팅은 무엇일까?

2. 레이팅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3. 대회에서 채점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4. 레이팅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5. 레이팅을 내 배에 어떻게 활용할까?


☞ ORC Certificate (통칭 ‘서트’)에서 사용되는 용어

 풍상/풍하 Windward/Leeward

 범용 All purpose

 소요시간 Time allowance

 싱글 넘버 Single number

 트리플 넘버 Triple number

 폴라 커브 채첨 Polar Curve Scoring (PCS)

 거리당 시간 Time on distance

 시간당 시간 Time on time

  

어떤 종류의 요트경기든지 우리 배와 우리 팀이 가지고 있는 변수를 하나씩 없애 나가는 게 중요하다. 즉, 모르는 또는 운에 맡기는 요인들을 아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바람과 조류, 기상 확인, 세일 준비, 세일트림, 악천후 대비, 장비 준비, 배 준비, 크루 확인, 관공서 확인 등등 곳곳에 변수들이 숨어있다. 이 준비와 훈련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거기에 계측과 레이팅이라는 녀석이 또 숨어 있다. 이 많은 변수 중에 레이팅과 채점에 대한 변수부터 없애버리자.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서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 레이팅은 무엇일까?

ORC(Offshore Racing Congress)의 레이팅은 그 배가 낼 수 있는 1해리당 소요 시간(second/NM)을 말한다. 다양한 풍향과 풍속에 따라 선체의 저항과 세일의 추진력을 알아내어 배가 낼 수 있는 해리당 소요 시간과 배의 속도를 계산한 것이다. ORC에서는 1979년부터 이 계산을 위해 속도 예측 프로그램(Velocity Prediction Program, VPP)을 사용하고 있다. 

 

프로펠러나 선체 표면의 상태는 배의 저항에 큰 영향을 끼친다. 프로펠러의 크기나 종류, 따개비가 붙은 선체 등은 배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큰 요소이다. 반면 큰 세일은 배의 속도를 빠르게 한다. 가령, 150이라는 크기의 세일을 사용하면 100이라는 크기의 세일을 사용할 때보다 빠른 배가 되기 때문에 주파 시간이 짧아지고 당연히 레이팅 숫자는 작아진다. 만약 우리 팀이 150이라는 세일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면 150의 세일로 레이팅을 받은 것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팀에 맞는 배를 준비하고 우리 배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해진다.

 

2. 레이팅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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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의 경우 레이팅은 서트 2페이지에 표의 형태로 나타나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소요시간(Time allowance in secs/NM), 싱글 넘버(Single number scoring options), 트리플 넘버(Triple number Low/Medium/High)가 있겠다. 

 

가장 큰 표는 다양한 풍향과 풍속에 대한 1해리당 소요 시간을 계산한 것이고, 주로 PCS 채점에 사용된다. 오른쪽 위의 가장 작은 표는 싱글 넘버 채점 옵션으로 풍상/풍하 코스 그리고 범용 코스에 대한 소요 시간을 나타낸다. 시간당 시간(Time on Time) 옵션은 IRC 레이팅에 나와 있는 TCC(Time Corrector, 이전에는 Time Correction Factor 즉, TCF라고 불렸다)와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아래 커스텀 채점 옵션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트리플 넘버를 사용한다.

 

경기에 참가하는 세일러의 입장에서는 경기 전에 내 배와 상대 배의 레이팅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PCS 레이팅은 기상과 경기코스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산출된다. 여기에 딜레마가 생긴다. 경기에서 싱글 넘버나 트리플 넘버를 사용하면, 세일러들은 바로 내 배와 다른 배의 레이팅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수역의 바람과 레이팅의 바람이 달라 이 레이팅들을 쓸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경기위원회나 기술위원회에서는 PCS를 사용하게 되는데, PCS 레이팅은 수역의 기상 상황과 코스를 알아야 산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상 상황과 코스 데이터를 수집해서 레이팅을 산출할 때까지 세일러는 (그리고 경기위원회와 기술위원회도) 내 배와 상대 배의 레이팅을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경기를 다 마쳐야 PCS 레이팅과 경기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대회에서 채점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채점에서 PCS, 트리플 넘버, 싱글 넘버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채점을 하기 위해서는 바람, 조류, 경기 코스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다. 경기 코스는 크게 풍상/풍하 코스와 범용 코스 그리고 구성 코스(Constructed)가 있고, 바람에는 싱글 넘버, 트리플 넘버, PCS가 있다.

 

풍상/풍하 코스는 말 그대로 풍상 50%, 풍하 50%로 구성된 코스이다. 범용 코스는 섬을 한 바퀴 도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다. 풍상/풍하/빔 등 모든 코스가 다 포함되어 있다. 반면, 구성 코스는 어떤 코스라도 구성하면 된다는 뜻이다. 내해 경기(Inshore)부터 원양 횡단 경기(Transocean)까지 모든 경기의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람에는 싱글 넘버, 트리플 넘버, PCS가 있다. 싱글 넘버는 소요 시간(Time allowance) 표의 모든 풍속과 풍향에 해당하는 레이팅을 다 조합하여 만든 레이팅이다. 어떤 특정 바람만 불고 있는 수역에서의 경기 결과를 싱글 넘버로 채점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 배가 꼭 생기기 마련이다 (빔이나 풍하 코스에서는 엄청난 속도를 내지만 풍상에서는 힘을 못 쓰는 배와 모든 코스에 대해 그럭저럭 괜찮은 속도를 내는 배가 경기를 하는 경우 그런 일이 생긴다). 

 

트리플 넘버는 바람의 세기를 상/중/하(High/Medium/Low)로 나누어 각 세기에 해당하는 레이팅을 뽑아낸 것이다. 가령, 트리플 넘버 하(Triple number Low)는 6노트와 8노트의 바람을 각각 50%씩 섞어 만든 레이팅이다. 앞의 싱글 넘버보다는 좀 더 정확할 것이다. 

 

ORC 레이팅의 가장 큰 장점은 PCS이다. PCS는 경기 수역의 특정 바람에 해당하는 레이팅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옵셋 마크가 포함되어 있는 8마일 짜리 풍상/풍하 코스에서, 렉마다 바람이 변하더라도 경기코스와 다양한 바람 상태를 그대로 채점 프로그램에서 구성해 채점할 수 있다. 다양한 바람을 겪게 되는 몇 십일, 몇 백, 몇 천 마일짜리 장거리 경기(가령, 오사카 멜번 레이스)에는 싱글 넘버 채점을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용서할 수 있겠지만 (TCC를 사용하는 IRC의 Rolex 경기를 상상하라), 경기 시간과 거리가 짧은 내해 경기에서는 바람 상황이 그렇게 다양하지 못하기에 PCS가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채점 방식이 된다. 

 

ORC는 장거리 경기에 채점 바람(Scoring wind) PCS 방식도 사용하고 있다. 24년부터는 기상항로채점(Weather Routing Scoring)방식을 개발하여 장거리에서의 오차도 점점 줄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장거리 경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바람들을 채점에 포함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면 채점에서 등수를 계산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J/70, J/24, J/22 세 대의 요트를 생각해 보자. 레이팅으로는 싱글넘버(TOD,TOT)와 PCS를 사용한다. 경기 코스는 풍상/풍하이며 바람은 6노트를 가정해 보겠다. 아래 표는 이 세 요트의 25년도 레이팅이다.

 

 

 

요트

싱글넘버

(W/L,TOD)

싱글넘버

(W/L,TOT)

소요시간

(PCS,6노트,W/L)

J/70

743.9

0.8066

1095.5

J/24

791.3

0.7583

1169.4

J/22

802.0

0.7481

1201.8

 

 

표에서 볼 수 있듯이 APH가 아닌 다른 레이팅을 사용하여 채점한다. 순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피니시까지 걸린 소요시간을 레이팅이 적용된 수정시간(corrected time)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수정시간으로 바꾸는 방법은,

TOD를 사용하는 경우 : 수정시간 = 소요시간 - (레이팅 차이 × 경기거리)

TOT를 사용하는 경우 : 수정시간 = 소요시간 × TOT

이다. 

 

TOD를 사용하는 경우, 레이팅 차이는 가장 빠른 배를 기준으로 한다. 즉, 가장 빠른 배는 레이팅 차이가 0이 된다(자기 배의 레이팅에서 가장 빠른 배의 레이팅을 빼는 것이다). 아래 표는 레이팅 차이(TOTDelta)이다. 표에서 보듯이 가장 빠른 J/70은 레이팅 차이가 0이다 (자기 배가 가장 빠른 배이기 때문에). 그 많은 레이팅 중에서 어느 레이팅을 쓰느냐에 따라 레이팅 차이는 당연히 달라진다.

 

 

 

요트

싱글넘버(W/L,TOD)

소요시간 (PCS,6노트,W/L)

J/70

0

0

J/24

32.4

53.9

J/22

58.1

106.3

 

경기코스는 풍상/풍하로 한 렉당 1해리의 4렉 경기이며, 전체 경기 거리는 4해리로 가정한다. 이 코스에서 각 배가 피니시할 때까지 걸린 소요시간은 아래 표와 같다고 해 보겠다.

 

 

 

요트

소요시간()

소요시간()

수정시간(싱글넘버, TOD)

순위

J/70

7730

4650

4650 - (0 × 4) = 4650

1

J/24

820

4920

4920 - (32.4 × 4) = 4790.4

2

J/22

8350

5030

5030 - (58.1 × 4) = 4797.6

3

 

 

요트

소요시간()

소요시간()

수정시간(싱글넘버, TOT)

순위

J/70

7730

4650

4650 × 0.8066 = 3750.6

2

J/24

820

4920

4920 × 0.7583 = 3730.8

1

J/22

8350

5030

5030 × 0.7481 = 3762.9

3

 

TOD나 TOT 어느 레이팅을 가져다 쓰느냐에 따라 수정시간과 순위가 달라진다. 그 달라지는 정도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싱글넘버는 특정 풍속에 대한 레이팅이 아니기에 이번에는 6노트의 특정 바람에 대한 W/L 레이팅을 사용해서 계산해 보겠다.

  

 

요트

소요시간()

소요시간()

수정시간(PCS, 6노트 TOD)

순위

J/70

7730

4650

4650 - (0 × 4) = 4650

2

J/24

820

4920

4920 - (53.9 × 4) = 4704.4

3

J/22

8350

5030

5030 - (106.3 × 4) = 4604.8

1

 

표 세 개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레이팅을 쓰느냐에 따라 배의 순위가 완전히 달라진다. 경기수역에서는 6노토의 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에 PCS를 사용한 채점이 가장 현실을 잘 반영했을 것이며, 그에 따라 J/22가 1등, J/70이 2등, J/24가 3등이 공정할 것이다. J/22와 J/70의 소요시간은 6분 20초 정도 차이가 나지만 수정시간은 45초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J/22는 자기 레이팅에 가깝게 배를 몰았다는 뜻이다.


4. 레이팅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레이팅을 적용하는 대회는 대회공고(Notice of Race, NoR)를 통해 경기에 사용할 채점 방식을 알리게 되어 있다. 그리고 범주지시서(Sailing Instruction, SI)를 통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린다. 

 

기술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우선 배와 서트(레이팅이 나타나 있는)가 같은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만약 다른 점이 발견될 경우, 기술위원회는 계측을 통해 서트를 수정하여 다시 발급한다. 첫 경기가 시작되기 전, 발견된 오류나 잘못은 고칠 수 있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발견되는 잘못은 항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배에 있는 스피네커를 사용했는데 기술위원회에서 서트보다 큰 세일을 사용했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경기위원회는 경기를 운영하는 동시에 채점도 한다. 레이팅 경기에 능숙한 경기 운영관이나 채점관이 있으면 문제가 없겠다만, 그런 사람이 없는 경우 기술위원회에서 도와주기도 한다. 결국, 경기의 운영과 성적은 경기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내해 경기에서는 가능한 PCS 또는 트리플 넘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기 수역의 바람 정보를 계측한다. 각 렉에서의 풍향과 풍속, 경우에 따라서는 조류도 계측한다. 

 

연해나 외해로 나가는 경우, 싱글 넘버나 트리플 넘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하려고 채점 바람 방식이나 일기예보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 또는 최근에 나온 기상 항로 채점 방식을 사용한다. 채점 바람의 경우, 1등으로 피니시 한 배가 받은 바람이 그 경기 수역에 불었던 바람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경기 코스의 거리와 방위각을 알고 있고, 1등으로 피니시 한 배가 그 코스를 주파하는데 걸린 시간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주파 시간을 코스의 거리로 나누면 그 배의 소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이 소요 시간이 코스에 대한 레이팅이 되는 것이고, 그 레이팅에 해당하는 바람을 찾으면 채점 바람이 된다. 이 채점 바람 방식의 오차를 더 줄이기 위해 일기예보 데이터와 상위권 배를 인터뷰하기도 한다. 

 

기상 항로 채점 방식은 일기예보 상에서 특정 배가 가장 빨리 피니시 하는 경로와 시간을 미리 계산해서 역으로 레이팅을 산출해서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방식은 바람이나 조류의 상황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장거리 경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바람과 조류는 자연의 영역이라 예측이 힘들지만, 이를 극복하여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재미있게도 요트경기에는 변수가 많다. 그것도 너무 많다. 세일러의 눈에 바로 보이는 큰 변수는 일단 바람과 조류다. 바람과 조류는 자연의 영역이라 극복이 쉽지 않다. 그러나 공정한 경기를 위해 우리는 경기 취소라는 최후의 보루도 가지고 있다. 경기위원회나 기술위원회, 항의위원회는 그런 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5. 레이팅을 내 배에 어떻게 활용할까?

우리는 단일 디자인(One design) 경기정의 모든 배가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레이팅으로 보면 살짝 다르다. 그래서 상위 팀들은 규칙에서 허용하는 범위 중에서 배의 속도에 유리한 허용값으로 배를 준비한다. 때로는 기술위원회가 걸러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배도 있다. 어쨌든 그만큼 배에 대해서 안다는, 즉, 변수를 줄인다는 말이다. 그러한 미세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단일 디자인에서는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배를 준비해야 하고 그럴 때 배의 속도 차이는 무시할 만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속도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바람, 조류, 세일링 기술만 좋으면 상위권에 입상할 확률이 높다. 또한 경쟁 상대의 상황을 확인하기도 쉽다. 반면 레이팅 경기는 조금 복잡하다. 내 입맛대로 배를 준비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레이팅을 얻어 경기에 나갈 수 있지만 우리 팀에 최적인 레이팅을 찾는데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내 배를 어떻게 준비해야 그나마 좀 더 나은 레이팅을 받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기술위원회에서 레이팅을 산출할 때는 배의 거의 모든 것을 계측한다고 생각하는것이 마음이 편하다. 세일러의 입장에서 놓치기 쉽고 레이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배의 무게와 트림 상태, 프로펠러 사양, 세일의 조합 등이 있다. 반면 계측하지 않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콕핏이다. J/70의 넓은 콕핏이 J/24의 좁은 콕핏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움직이기도 편하고 경기중의 피로도 역시 낮다. 

 

그러면 J/70같이 빠른 배가 좋을지 아니면 J/24나 J/22와 같은 느린 배가 좋을지 싶다. 레이팅으로 얘기하자면 A 배는 느려서 나쁜 배고, B 배는 빨라서 좋은 배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J/70은 대략 1해리 당 600초 정도 걸리는 배이고 J/24는 651초 정도 걸리는 배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 배 레이팅의 부정확성, 팀워크와 전략 그리고 (경기위원회의) 경기설계에 달려 있다. 우리 팀의 실력을 120% 발휘할 수 있는 배면 최고다. 

감당 못할 150% 제노아 보다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100% 집 세일이 낫다. J/24를 따라잡지 못하는 J/70을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J/22에 뒤처지기도 한다. 

 

경기위원회의 경기설계는 대회공고를 통해 알리기 때문에 배의 입장에서는 미리 알 수 있다. 경기위원회에서는 내 배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배들로 클래스를 구성해 줄 것이다. 느린 배는 태생적으로 빠른 배의 뒤를 따르기 때문에 더러운 바람 속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점점 앞 배와 거리가 벌어지고 결국 이길 수가 없다. 경기위원회는 그걸 생각해서 클래스를 나누고 경기 수역을 결정할 것이다(ORC에서는 풍상 코스가 특히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배의 풍상 성능이 포함된 CDL을 사용해서 클래스를 나눈다. 작성자 개인적인 경험으로, 풍상/풍하 코스는 CDL, 코리아컵 같은 장거리 코스는 APH가 적당해 보였다). 그러니 배는 이러한 점을 경기 전략에 넣어야 한다. 가급적 빠른 배 주위는 피해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로는 될수록 바람이나 배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장비와 배의 목표 속도를 계산해 놓은 스피드 가이드(Speed guide), 적절한 세일 교체 타이밍을 알려주는 세일 챠트(Sail chart)를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배의 목표 속도, 그리고 장비들이 알려주는 배의 상황,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세일,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질 때까지 또는 목표 속도를 넘어서도록 연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목표 없이 연습하는 것보다는 우리 배, 우리 팀이 가지고 있는 변수를 하나씩 없애 나갈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두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ORC 스피드 가이드 - 최대 속도가 나오는 세일 조합과 세일 트림 정보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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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챠트 - 풍속과 풍향에 따라 사용할 세일이 나타나 있다]
(화살표는 특정 바람에 걸려있는 세 개의 세일 중에서 어느 세일이 가장 나은지를 테스트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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