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것이나 밖것이나

 

글 장영주

 

 

어느 시인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했는데

그렇담 잘난 놈들은 어떠한지 요리조리 뜯어보고 톺아보니

잘난 체하는 놈들은 서로 얼굴만 맞대면 어쭙잖은 제 자랑이고,

팔띠 두른 치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제멋에 껍죽대고

벼락감투 쓴 것들은 일머리를 모른지라 이놈 저놈 욱대기고

돈푼이나 가졌단 놈들은 쌈지는 닫은 채로 으스대며 짤랑거리고

뜬돈이나 넘보는 놈들은 떡고물 챙기느라 눈에 불을 켜고

단무지란 놈들은 쥐뿔도 모르면서 알랑대고 날뛰며 바람잡고

떠세하는 놈들은 무턱대고 힘으로 밀어붙여 일을 그르치고

사내가 벼슬하면 여편네 걸음거리부터 달라지며 안팎이 거들먹거리고

내로라 하는 것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낯두꺼이 씨벌이고

공다리들은 툭하면 속이고 감추고 억지 쓰기 일쑤이니

이들은 암만 톺아봐도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인 터에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싸잡아 그놈이 그놈인지라

김민기는 이꼴 저꼴 다 그꼴이니 뒷전으로 물러나서

일흔두 해를 뒷것으로 살다가 어느날 훠이 훠이 떠났는데

밖것들은 못된 놈들 등살에 밀려나고 제 발로 나오기도 했으니

뒷것이나 밖것이나 서로가 어금버금 그게 그건데

그들의 속내야 어떻든 못난 놈들로 비치기는 마찬가지라

밖것들은 우리가 이승에 나온 것은 사람다운 삶을 배우자는 것이니

바탕대로 바르고 슬기롭게 사노라니 남부럽지 않은지라

가난하면서도 게염내지 않으니 바드럽지 않아 맘 졸이지 않고

가진 게 없으므로 서로가 줄 것은 웃음밖에 없으니

끼리끼리 만나서 반가움에 겨워 얼싸안고 웃노라면 어찌 즐거움뿐이랴.

 

 

  꼬리말

  이 글은 한자말을 걷어 내고 겨레말(토박이말)로만 지어 본 꼬집는 시(諷刺詩)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책 말고는 한 쪽짜리 글에서도 한자말이 섞이지 않은 글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의 70% 이상이 한자말이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시험삼아 처음으로 겨레말만으로 글을 짓자니 긴 글은 글재간이 모자라 쓸 수 없어 짧은 시의 형태로 우리 사회상을 꼬집어 보았습니다.

  여기에 올린 10가지의 속물들은 어느 집단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잡초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잡초는 없앨 수 없다. 그러나 뽑을 수는 있다는 말과 같이 우리는 이들을 모조리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대로 뽑아 없앨 수는 있습니다. 어느 일터(職場) 어느 무리(集團)에서나 맡은 일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이름병과 돈병에 걸려 주제넘게 나대는 유형의 건달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그들에 대한 그림을 글로 그려 보았습니다.

  공자는 셋이 길을 걸으면 내 스승이 반드시 거기에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것은 본받으면 되고 나쁜 행동에서도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하고 고칠 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배울 의지만 있다면 스승은 도처에 있고 교재는 사위에 널려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다 공부감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거나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공자의 가르침대로 다른 이의 좋고 나쁜 언동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가운데 여기에 올라 있는 10가지 꼴불견들의 형태에 나를 비추어 보고 닮은 점을 찾아내어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는 이가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을 쓴 보람이 아니겠습니까.

  못난 놈들과 섞이지 말아야 할 잘난놈들이 어찌 이 10가지의 기생충과 같은 놈들뿐이겠습니까마는 우리 주변에서 날마다 마주치는 흔한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들만 골라내어 추려 보았습니다.

 

  낱말풀이

, , , 이는 한자(漢字) 놈자()자를 겨레말로 새긴(뜻풀이) 것으로써 사실은 상스런 말이 아니다. 보기를 들면 學者를 겨레말로 풀이하면  배울놈이 아닌가. 오랜 동안 우리는 겨레말을 업신여기다 보니 잘못 인식이 되었을 뿐이다. <버릇말사전>의 자()자 참조

 

게염 - 부러운 마음으로 샘하여 탐하는 욕심.

낯두꺼이 - 뻔뻔스럽고 염치가 없게.

단무지 - 단순, 무지, 지랄의 합성 줄임말.

떠세하다 - 재산, 지위, 세력을 믿고 거만하게 억지를 쓰는 것.

뜬돈 - 공돈

바드럽다 - 빠듯하게 위태롭다.

욱대기다 - 을러내어 억눌러 위협하다.

톺아보다 - 샅샅이 뒤지면서 살펴보다.

팔띠 - 완장

씨벌이다 - 당치도 않은 말을 지껄이다.

공다리 - 권력을 휘두르며 백성을 몹시 괴롭히는 관리.

뒷것 - 이 말은 사전에 없다. 뒷사람의 낮춤말로 앞사람의 맞선말(對語)이다. 김민기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 떠오른 말인데 그가 생전에 스스로 뒷것이라 자처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밖것” - “뒷것을 패러디한 말로 바깥에 있는 사람의 낮춤말인데 이 역시 사전에는 없다. 한문으로는 部外者 또는 局外者이고 영어로는 outsider가 될 것이다.